[정동현·한끼서울] 광화문 순대국과 머리고기

맛있는 한끼, 서울 ② 종로구 화목순대국 광화문 분점 누군가는 그랬다. 광화문에 화목순대국 분점이 생긴 것은 이곳 직장인들에게는 축복이라고. 사위에 장벽처럼 널린 빌딩, 그 사이에 초풀처럼 자라난 식당들은 주린 배를 채우는 사람들의 안식처다. 사람들은 작은 짐승이 풀숲 사이에 웅크리듯 저마다 안식처를 찾아 나선다. 긴 밤을 보내고 이글거리는 속과 지끈거리는 머리를 얻은 사람들은 상처를 다스리려 점심시간을 기다린다. 광화문에 산재한 해장국집이 여럿, 하지만 그 중에서 단연 손꼽히는 곳은 바로 화목순대국이다. 여의도 본점 역시 유명한 것은 마찬가지. 무엇보다 좁은 실내를 최대한 활용하려 주방을 다락방으로 올린 구조는 가히 문화재급이다. 광화문 분점은 하나의 식당을 복도를 사이에 두고 두 개로 나눈 여의도에 비하면 훨씬 크고 쾌적하다. 크다고 해봤자 단층에 30여 석 되는 공간이 전부지만 말이다. 본점은 밤 10시까지 영업인 반면에 분점은 일요일 밤 9시부터 월요일 오전 9시, 그리고 평일 오후 3시에서 5시 브레이크 타임을 빼놓고는 24시간 영업이라 시간에 쫓겨 방문할 필요도 없다. “순대 국밥 먹자.” 이 말이 나오면 주저 하지 않고 언제든 찾아가도 된다는 말이다. 화목순대국을 찾은 것이 몇 번인지 헤아릴 수는 없다. 비가 와도, 날이 추워도, 늦은 밤에도, 이른 새벽에도 불을 밝힌 이 곳 문을 열었다. 밖으로 선 줄에 ‘아니 순대국집에 웬 줄?’이라며 놀라는 것은 초행객 티를 내는 것. 그러나 그 안을 차지한 손님의 90% 이상이 남자인 것은 매번 새삼스럽다. 광화문에 서식 중인 모든 남자들이 다 이곳에 모여 있는 듯한 풍경과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나무 재질의 벽, 낮은 천장에 ‘국밥 한그릇 말아먹어야’ 하는 것은 내가 감당해야 할 또 다른 숙명 같다. 그러나 이곳에 와서 순대국밥 하나만 먹고 간 것은 언제인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. 거의 무조건 시키는 메뉴는 모둠(2만2000원)이다. 모둠을 시키면 순대와 머리 고기 한 접시와 순대국 하나가 끓어 나온다. 화목순대국 순대와 머리 고기 한 접시 일단 순대에 손이 가는 것이 인지상정, 순대를 입에 넣기 전 참을성을 발휘해 속을 먼저 살펴보자. 겉은 평범한 당면순대 같지만 당면 사이사이로 채소가 박혀있다. 맛을 보면 평범한 음식이 이런 맛을 내는가 싶어 감탄이 나온다. 당근과 파 같은 채소가 씹힐 때마다 단맛이 쭉쭉 베여 나와 이 집 특유의 각인(刻印)을 남긴다. 당면은 뻑뻑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간간한 것이 전체적인 음식 상(象)을 잡는다. 평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쉬는 까닭은 바로 이 순대 때문이니 때를 못 맞춘 방문을 섭섭해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. 곁들인 내장과 머리 고기도 흔히 볼 수 있는 질이 아니다. 위에 뿌린 마늘을 곁들여 새우젓을 찍으면 고급 부위가 부럽지 않다.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집 4번 타자는 순대국밥이다. 밥을 토렴해서 나오는 이 집 순대국밥은 작은 양철 접시에 담겨 나온다. 부글부글 끓는 뚝배기 위로 코를 내밀면 특유의 돼지 내장 냄새가 난다. 혹자는 이 냄새 때문에 이 집을 꺼리기도 하지만 돼지를 끓인 탕에서 돼지…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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